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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사적 기록 | 전시 뒤에 남은 것

9월 11일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13일


전시 뒤에 남은 것


'이르다' 라는 말에 대하여


전시를 보신 뒤에 읽기를 권합니다.


‘이르다’라는 말을 전시의 제목에 넣었다.

그렇다면 이 여정은 어디에 이르는 것일까.

정작 전시의 마지막에는 답을 두지 않았다.

전시는 이 모순에서 시작됐다.

     

기증받은 60점은 작가의 화업 전체가 아니라, 종교적 소재를 중심으로 한 일부 컬렉션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전체 작업세계를 논하는 ‘작가론’이 될 수 없었다. 이번 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 그림들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궤적—걷는 발걸음에서 시작해 날아오르고, 타오르다 잦아들고, 마침내 고요와 심연에 이르는 흐름—을 최대한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이었다.


결국 처음의 모순을 지우지 않고, 전시 안에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날개가 하늘에 닿았다는 것이 여정의 끝이 아니라, 더 깊은 침묵이 시작되는 문턱이라는 것. 어쩌면 이 전시는 바로 그 문턱에 오래 머무는 일인지도 모른다.


배치 순서를 정하는 작업은 결국 침묵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이 여정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은 전시 전체를 통틀어 단 두 번뿐이다. 그 희소함이 전시의 정서를 결정한다고 보았기에, 도상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얼굴을 더 넣고 싶은 유혹을 여러 번 눌러야 했다. 하나의 작품을 막판에 들어내기로 했을 때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절정 직후에 놓인 침잠한 얼굴이 오히려 그 절정의 밀도를 흐트러뜨린다는 것을 실제 공간을 걸어보고서야 알았다. 전시는 도면이 아니라 걸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 배운 순간이었다.


마지막 자리에 제목 없는 그림을 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결론을 내리지 않기 위해, 이 전시는 의도적으로 미완의 자리에서 끝난다. 그 흐릿한 빛 앞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는 이제 관람객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이 글은 전시장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다. 다만 이 여정을 함께 지나신 분들 가운데, 그 과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여기 남겨둔다.



전시 기획 김지연 효임골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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